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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월급 200만 원 시대, 일단 참 많이 낯선 단어의 조합니다. 20년 전 일반사병으로 복무했던 저로서는 정말 꿈같은 금액입니다. 2003년 4월 입대 후 강원도 원통에서 군복무 시절 군인월급(사병)이 월 1 ~ 3만 원 남짓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군대 '병'(兵 / Private)의 처우개선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회자되는 '군인월급(병장월급) 200만 원'에 대한 내용입니다.

 

병장월급-200만원-썸네일

윤석열 정부 공약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70만원을 밑도는 병장 월급을 취임 첫 해 '200만원 인상'을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당선 후 2025년까지 150만 원 인상으로 수정하고 '장병내일준비적금' 혜택을 추가해 200만원을 만드는 형태로 변경했습니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가입대상이 현역병, 상근예비역, 의무경찰, 해양의무경찰, 의무소방원, 사회복무요원, 대체복무요원입니다. 현재 육·해·공군 사병의 복무기간은 각각 18개월, 20개월, 24개월입니다.  6개월 ~  24개월(의무 복무기간 내로 제한) 가입하여 은행별 월 20만 원(개인별 최대 월 40만 원) 납입할 수 있습니다. 은행별 5% 내외 이자에 정부지원 1%를 더해 만기 전역 시 일시지급받습니다.

 

장병내일준비적금 매칭지원금 예시

예시) 육군 복무기간 18개월 / 월 40만원 납입기준
원금 : 720만원 만기시 매칭지원금 만기전역시 자산형성
은행이자(5%) : 28.5만원 754.2만원 약 535.5만원(원리금액 71%) 약 1,289만원
정부지원이자(1%) : 5.7만원

 

 

장병내일적금-알아보러-가기

 

군 사병 월급 추이

현재 대한민국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병의 봉급은 최저임금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아울러 군대 내 구타, 폭력, 인권문제 등 사병들의 열악한 환경은 낮선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국방의무'라는 사회적 합의와 분위기로 젊은 청년들에게 애국을 빌미로 열정페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비판의식이 강해지자 정치권에서는 일찍부터 사병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2018년부터 2020년에 사이 군인봉급을 최점임금의 30%에서 50% 수준까지 인상했습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군복무에 따른 합당한 보상차원의 일환으로 봉급인상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더해 2025년까지 병장의 봉급을 205만으로 단계적 인상계획까지 발표한 상태입니다.

 

 

군-사병-봉급-추이-이미지
병사봉급추이

 

위 도표에서 보듯이 2019년 이후 병사의 봉급 상승폭이 매우 큽니다. 2023년 기준 병사월급은 병장 100만원, 상병 80만 원, 일병 68만 원, 이병 60만 원입니다. 2013년 10만 원을 웃돌던 병장월급이 10년 만에 100만 원으로 10배가량 상승했습니다.

 

사기저하-이미지

 

병장월급 200만원 시대와 딜레마

군사강국을 위한 사병의 처우개선 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대한민국 군필 남성이라면 부정할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한편 '병'의 봉급이 월 200만 원을 상회하면서 초급간부와 부사관들에 대한 상대적 역차별 이슈가 발생합니다. 일단 2023년 기준 학군, 학사장교 경쟁비(선발인원 대비 지원자 비율)가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반 사병 대비 초급장교 의무복무기간이 28개월로 상대적으로 길고 1968년 이후 50년 넘게 변화가 없습니다. 반면 병사들의 의무복무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2023년 현재 절반인 18개월로 줄었습니다. 더욱이 2025년 병장월급 200만 원 이상 인상으로 초급간부와의 차이가 급속하게 줄었고 급기야 역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초급간부도 사병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20대 초반의 MZ세대인데 격오지 근무, 철저한 상명하복, 휴가사용 등 군대문화에 고충이 없을 리 없습니다. 이렇듯 병사 처우 개선에만 치중하다 보니 초급장교나 부사관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고 급기야 군복무 지원율이 급격히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장기복무로 향후 군을 이끌어갈 간부들과 군대 내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들은 군조직의 척추역할을 담당하는 자리입니다. 사병들 뿐만 아니라 그분들에 대한 철저한 처우개선 등 다양한 각도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초급간부와 부사관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군의 병사의 월급은 대선을 거칠때마다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초급장교나 부사관은 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2018년 부사관(1~4호봉)의 연봉은 2768만 원으로 사병 평균 428만 원의 6.5배에서 2025년이 되면 1.4배로 좁혀집니다. 의무복무기간도 육군 기준 부사관 48개월, 병사 18개월입니다. 윤 대통령의 병장월급 200만 원 인상이 사실상 군 초급간부와 부사관의 위상추락과 군 지원 기피 및 조기전역 등 의 결과를 도래했습니다. 병장월급 200만 원 공약을 위해서는 연 5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고 여기에 장교, 부사관의 월급의 균형까지 맞추기 위해서는 10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 합니다. 사병의 처우개선을 반대할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공약으로 인해 군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위기가 온다면 장기적으로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정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로운 해답을 찾아주기를 바랍니다.